나의 일본어 독학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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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해당 포스팅은 네이버 블로그의 2019.09.25일 포스팅을 옮겨 온 글입니다.



1. 일본어를 처음 접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어렸을 때 투니버스에서 하던 애니를 다시 보고 싶어서 네이버에서 찾아봤었는데, TV처럼 더빙이 아닌 일본어가 나오면서 자막이 나왔었다. 어떤 애니인지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신기한 능력 쓰면서 서로 싸우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당시 네이버에도 저작원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에 대부분의 애니 모든 회차가 다 올라와 있어서 볼 수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일본어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어 호기심을 갖고 J-POP도 들어보고 했다. 말하는 것도 신기하고 글씨가 귀엽게 생겨서 끌렸나 보다. 또 잠깐 한자를 학습지를 하면서 배웠었기에, 동글동글한 글자 중간중간에 익숙한 한자가 껴 있는 게 친숙해했던 기억이 있다.




2. 기초 다지기

초4때부터 글자를 외우려고 히라가나/가타카나 표를 A5크기의 종이에 옮겨 적어 매일 가지고 다녔는데, 한국어를 발음나는 대로 죄다 일본어로 바꾸면서 놀았었다. 예를 들면 [냉장고]면 [내ㅇ자ㅇ고]로 풀어 생각하고 「ねんざんご」로 쓰는 식으로.

10년도 더 지난 그 종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사하면서 버렸나보다

당시 부모님 지인 중에 일본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10살 가량 차이나던 분이 계셨는데(당시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를 위해 자기가 이제는 쓰지 않는 기본서들/문제집을 나에게 곧잘 주셨었다. 덕분에 문자와 기본 회화는 중학생 때 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부터 일본 노래를 자주 들었기에 듣기 실력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키웠던 것 같다.


당시 그 지인분에게 받았던 교제 중 유일하게 남은 교제다. 찾아보니까 있길래 사진 찍어본다. 아마 08~09년 즈음에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3.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자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들 제 2외국어를 공부했을 것이다. 이때 난 당연히 일본어를 선택했고, 처음에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히라가나/가타카나, 숫자, 시간, 기본 회화표현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만만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중반부 이후부터 문법을 배웠는데, 동사변형이나 어휘표현 얘기가 나오니까 머리가 터지는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 받은 교제에 문법 얘기가 다 나와있었어서 공부할 기회는 있었지만, 뭘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어서 문법은 공부를 못했었다.


고등학생때 공부했던 일본어 교과서다. 나중에 일본어 공부할 때 기본서로 쓰기 위해 안 버리고 보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자 덕분에 처음으로 일본어를 어렵게 느꼈었다. 한자 5급까지는 초등학생 때 공부했었는데, 5급 수준으로는 일상 일본어 한자를 커버하기가 무리가 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고, 일본어는 한자를 모르면 안된다는 일본어 선생님의 말씀에 이 때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마음먹었다. 물론 수능 끝나고

일본어도 영어와 같은 언어기에, 영어를 공부했던 것처럼 접근하면 되겠다 생각하여 단어를 먼저 외우기로 했다. 근데 이 때는 일본어 시험을 볼 목적으로 공부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 위주로 공부하고 싶었다. (당시 수능 영어 공부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어학 단어장은 죄다 시험용 책이라는 생각이 강했기도 해서 책 사기가 꺼렸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노래 가사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일본어는 영어와 다르게 한국어와 어순도 같고, 문법이 유사하며, 같은 한자어기에 단어가 겹치는 게 많았어서 노래가사로 공부해도 문제 없다고 판단했었다. 문제는 노래 가사 수준인데,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공부해야지, 무슨 3류 소설마냥 [禁断(금단)], [封印(봉인)]이나, 신문에서 나올 법한 [平等(평등)], [主義(주의)]같은 단어를 처음부터 외우면 외우기도 어렵고, 입문자가 쓰기에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게 우타이테? 라는 것인데, 당시 서브컬쳐에 깊게 발을 들이기 전이어서 생소했는데, 찾아보니 괜찮은 게 몇 개 있었어서 재밌게 들으면서 공부했던 것 같다. 일반 가수 노래로는 니시노 카나의 노래를 많이 들었었다. 노래도 좋고 가사도 쉽다. 우타이테로는 개인적으로 花Tan(하나땅) 노래를 추천한다. 음색이 나쁘지 않다.


(좌)단어를 적고, 단어에 쓰이는 한자와 음/훈독, 파생 어휘까지 정리하면서 공부했다. (우)작은 수첩에 단어를 적고, 항상 가지고 다녔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보면서 외웠었다.


근데 또 단어만 공부하면 의미가 없으니, 독해도 해 보고 한자도 따로 공부해 줘야 하기에 며칠 동안 교보문고에 들락날락 하면서 추가로 구입했었다. 이 때 구입한 책이 [한자 암기박사]와 [우키우키 일본어 독해 초급]이었는데, 진짜 이 두 책은 강추다. 한자암기박사는 한자를 외우기 쉽게 한 자 한 자 풀어서 해석한 책이고, 우키우키 독해집은 일본어 독해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좋은 교제이다.


우키우키 초급과 일본어 한자 암기박사 교제 모습. 참고로 위 사진의 한자암기박사 교제는 지금은 팔지 않는 구버전이며, 우키우키 독해는 초-중-고급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렇게 하면서 공부를 한 게 약 20곡 이상/몇 백 단어/몇 백 자의 한자를 외우게 되니, 기본적인 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해 독해집도 다 풀었었다. 이 때부터 만화책 원서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대학교로 진학해, 일본어를 교양으로 들으면서 일본어에 대한 세밀한 문법과 일본인들의 언어 사용 습관, 발음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디테일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4. 시험을 보자

난 학과가 공대이다. 때문에 여러 학술 자료가 일본에서도 많이 나오는 것을 교수님들이나 주변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는데, 내가 알고있는 것만 하더라도 일본은 로봇 강대국이고, 워낙 기술적인 부분에서 계속 선진국이었기에 일본으로 넘어가서 공부해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JLPT를 보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어, 본격적으로 시험으로써의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만화책이나 소설을 원서로 보면 멋있어 보여서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ㅎㅎ)

근데 그 생각은 곧 군대를 가게 되어 좌절….

…될 뻔 했으나, 입대 당시 가져 간 필기구와 노트 한 권에 외웠었던 일본어 단어를 맨날 되뇌이며 엉망이어도 일본어로 일기를 쓰면서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자대 배치를 받고 난 후에는 첫 휴가 전 까지 부대에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신문인 [국방일보]에 나와있는 일본어 회화 공부 부분을 노트에 찢어서 스크랩하면서 단어도 외우고 어휘도 외웠었다.


(좌)훈련소에 있을 당시 일본어를 잊지 않기 위해 수능 끝나고 외웠었던 노래 가사를 쓴 페이지. (우)자대 배치 후 신문지에 있던 일본어 내용을 직접 배껴 쓴 페이지


그러다 일병이 되기도 전에 GP로 파견을 가 버렸다. 그런데 파견병은 GP에서는 자기 근무 이외의 시간은 모두 자유시간이라는 것! 이 자유시간을 일본어 공부를 위해 쓰자라고 생각하고는 부모님과 어렵게 연락이 닿아 과자들과 교제들을 공수 받았었다.

그 때 쓴 교제가 우키우키 독해집 나머지 단계들과 [굿모닝 독학 일본어 문법], [일본어 한자 암기박사 2]이었다. 이로써 GP에 있는 시간동안 일본어 실력을 비약적으로 올리는 기회가 되었다. 진짜 토 나올 정도로 매일매일 했었다.


당시 공부했던 우키우키 독해집 중급(좌)과 독해집 내의 모르는 단어를 정리한 단어장(우)이다. 문제를 최대한 빨리 푼 다음, 모르는 단어를 정리한 후, 해석을 하면서 독해 실력을 끌어 올렸다. 단어는 그 날 수첩에 옮겨 적어 항상 들고 다니면서 외우고 다녔다.


그러고 입대 후 6개월 만에 첫 휴가를 나갔는데, 이 때 교보문고에 들러 다양한 일본어 교제를 사 들고 갔다. 일본어 경어 관련 문제집과 시험용 단어장, JLPT 대비용 문제집 등을 사 갔다. 근데 일병 때 주특기 공부 외의 다른 공부를 하면 엄청 눈치를 주었기에 교제가 있어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상병될 때 즈음부터 당당히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JLPT 콕콕 찍어주마] 이 시리즈가 괜찮은 것 같다. 문법, 독해, 단어, 청해, 한자 총 5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자는 사지 말자. 그냥 독해나 단어 파트 사서 거기 나오는 단어/한자 외우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풀었던 콕콕 찍어주마 JLPT N2 문법 교제이다. 최대한 시간을 측정하면서 문제를 풀었으며, 문제를 다 풀면, 틀린 문제들 위주로 문장을 해석하고 단어까지 모조리 외웠었다.


듣기도 어떻게든 공부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일반 병사 핸드폰 사용 관련 법안이 나오기 전이었이도 하고 내 부대는 MP3나 다른 저장매체 반입이 완전 불가했기에 CD플레이어를 구입해 청해 문제집에 딸려오는 음원CD를 CD플레이어로 들으면서 공부했었으며, 친한 통신병 후임에게 부탁하여 상황실에 남는 스피커를 구해다가 쓰는 등 최대한 시험 때 처럼 환경을 만들어가며 공부했었다. 물론 부대 안에서 공부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공부 할 시간도 많이 없었고.

시험이 50일 남았을 때 부터는 사지방에서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 등을 사서 풀거나 인터넷으로 일본 뉴스를 듣거나 기사를 읽으면서 눈과 귀를 일본어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히 2019년 4월부터 일반 병사들도 폰 사용이 가능해져서 4월부터 귀를 “일본어 절임”으로 만들었었다.

기나긴 공부 끝에 2019년 7월 7일, 대망의 JLPT N2를 시험을 치뤘고, 결과는 합격이다. 이 날 분과 맞선임이 전역하는 날이었어서 자괴감 엄청났는데 다행이다.



역시 독해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일본어는 해석이 되는데, 해석하고 보면 결국 국어 문제라…

점수가 공개되고 몇 주 뒤에 합격증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180점 만점에 157점이면 만족스럽다! 그런데 이럴거면 그냥 바로 N1을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5. 앞으로의 계획

원래는 N2 취득하면 바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고 했으나, 방사능과 더불어 불매 운동이니 수출 규제니, 시국이 시국인지라… 집안에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가기 참 애매하다… 여행이라도 잠깐 갔다오고 싶은데 그것도… 고민된다. 아이 시험볼 때 까지는 안 이랬는데 갑자기 왜 이러냐 일본아… 그래도 돈 좀 모으고 11~12월에 워홀 접수는 해 봐야겠다.

N1도 기회되면 취득할 예정이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개인적으로 영어가 시급하기에 영어를 좀 하다가 여유로워지면 N1을 따야겠다. 그때까지는 일본뉴스 보면서 공부 겸 현재 정세를 보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시국이 이지경이긴 해도 일본어는 있으면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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